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함께 '2019 세계시장진출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10일은 부산·대구경북·광주전남·대전충남권, 11일은 강원·전북·울산·충북·경남권에서 설명회를 한다. 이날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서울 행사에는 1000여명의 기업인들이 참가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최원식 한국사무소 대표가 '4차 산업혁명 기회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했다. 최 대표는 "한국경제가 4차 산업혁명으로 2030년까지 230조~46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디지털경제 인프라 구축, 지능화 사회정책 수립, 규제완화·신규벤처 진입장벽 제거 등 과제를 제시했다. 또 코트라의 10개 해외지역 본부장은 권역별 시장 전망, 예상 이슈 등을 분석해 산업별 진출 전략·경제 협력 정보를 참가한 기업인들에게 소개했다. 올해 코트라는 수출 초보·유망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어려움을 겪는 위기지역 기업과 신남방·신북방 등 유망시장으로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전시회 참가기업 무역보험 및 보증 할인, 해외 유력전시회에 온라인 한국관 운영, 바이코리아 활용 온ㆍ오프라인 연계 수출지원 구축 등을 새로 진행한다. 산업부 정승일 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올해는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수출여건이 보다 녹록치 않을 것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어려운 수출여건을 극복할 수 있도록 수출금융 확대, 신남방·신북방 등 신흥시장 진출지원 강화, 현장 수출애로 해소 등 범부처 수출지원 역량을 총집결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차관은 "우리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전략을 바탕으로 소재부품·장비의 글로벌화, 주력산업의 스마트·친환경화, 미래 신산업 육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2019-01-09 09:30:32[파이낸셜뉴스] 조달청 혁신제품제도가 도입 5년 만에 시범구매 실적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우리기업 성장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2억 8000만원 규모였던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은 지난 2020년 28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뒤 2021년 440억원, 2022년 46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479억 8000만원의 실적을 내면서 5년 간 1683억 원 상당의 시범구매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혁신제품 시범구매제도는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탄생한 제품을 정부가 먼저 구매해 실증사례(Reference)를 거쳐 공공기관을 통한 구매로 연결시켜 판로확보를 지원한다. 이 제도는 기술력을 갖춘 잠재된 기업에게는 시장 진입과 판로의 기회를, 국민에게는 공공서비스 향상이란 공적 가치를 실현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제품은 올해 현재까지 1737개가 지정됐고 누적 공공구매액은 1조원 8000억원을 넘어섰다.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해 혁신제품 공공구매 예산을 올해보다 47억원 증액된 530억원을 반영했다. 생명·안전·환경 등 사회문제도 해결 혁신제품은 민간 기술발전에 그치지 않는다. 생명, 안전, 환경 등 사회가 당면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략적으로 활용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실시간으로 내시경 영상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기반 인공지능 내시경 영상분석 시스템'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신성장분야 혁신제품인 이 제품은 국내에서 인정을 받은 뒤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세계가전전시회(CES)2023'에서 국내 의료 AI기업 최초로 디지털, 헬스 등 혁신상 4개를 수상했다. 도미영 조달청 신성장판로지원과 사무관은 “혁신제품 등 신성장 유망제품이 우리 기업의 성장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 발굴과 지원을 하고 있다”며 “잠재력을 갖춘 많은 중소, 벤처기업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혁신조달제도의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혁신제품 지원,발굴부터 판로확보까지 혁신제품에 대한 지원은 발굴부터 금융까지 판로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조달청은 올해 공공판로 지원에 더해 정책금융기관과 손잡고 기술기업에 대한 금융 및 투자자금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달청과 정책금융기관의 정책 공조는 공공판로 정책과 시너지를 일으켜 대출이자와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술 혁신, 해외시장 개척 등 기업경영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청은 올 하반기 기술보증기금,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금융지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러한 업무협약을 통해 혁신제품·우수제품·벤처나라·지패스 지정기업 등 4000여개에 가까운 혁신적 조달기업들이 △대출금리 우대, △환율 수수료 감면 △기술보증 수수료 인하 등 다양한 금융지원 혜택을 받게 됐다. 업무협약 뒤 현재까지 조달기업들이 대출과 기술보증에서 우대를 받은 금액이 각각 2300억원과 548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지원 효과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11월 조달청과 산업은행이 공동 기획한 'KDB넥스트라운드 조달청 스페셜데이'와 같이 혁신적 기술기업이 투자자금을 직접 유치할 수 있는 기회인 투자설명회(IR)가 내년부터 정례화될 예정이다. 당시 설명회에 참여했던 기업 관계자는 “투자설명회는 많은 벤처투자자(VC) 에게 창업기업의 기술력을 알리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설명회 이후 현재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투자금 유치가 성공하면 해외시장 공략 을 위한 추가 기술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시장 진출 디딤돌 역할도 조달청 시범구매 사업은 기술혁신형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의 디딤돌 역할도 하고 있다. 조달청은 올해 코트라(KOTRA)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해외 현지 수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7개 혁신제품을 선정해 18개국 해외정부 실증을 지원했다. 혁신제품 해외실증은 조달청이 제품을 시범구매해 해외 공공기관에 제공하면, 해당 기관은 제품을 직접 사용하면서 테스트한 결과와 관련 증명을 기업과 조달청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해외 현장 적용실적(Track Record) 제공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문턱을 낮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노넷 듀얼 TVWS 게이트웨이 경우 통신인프라가 열악한 남아공 등에서 실증을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115만불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조달청은 앞으로도 미래유망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한국 수출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수출지원을 펼칠 방침이다. 이형식 조달청 신성장조달기획관은 "시범구매를 통한 해외진출 성공스토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사업 규모를 크게 확대해 더 많은 기술혁신형 기업이 더 넓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3-12-27 14:02:14【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연일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토종 기업과 차별을 받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중국과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다양한 지원책도 이어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은 경쟁국 미국에서 기업가들과 만나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사실상 투자를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 기업들과 국가들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수치로나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 반간첩법 등 외국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해 주는 것이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 내놓은 대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오래전부터 약속했던 사안들의 중복·반복이다. 따라서 중국이 실제 시장 개방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외국 자본의 유입을 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 직접 나선 '외국 투자'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에 대한 '당근' 정책 혹은 발언들은 과거처럼 특정 부처나 기관이 맡기보다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일 '2023년 중국을 읽고 이해하다' 국제회의(광저우)에 축하 편지를 보내 "우리는 높은 수준의 개방으로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고 시장 지향적이고 합법적이며 국제화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각국과 손잡고 평화적 발전, 상호 이익 협력, 공동 번영의 세계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도 "법치는 최고의 비즈니스 환경으로,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외국 관련 법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지식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외자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11월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중 미 기업 총수들과 따로 가진 만찬 자리에선 서면 연설을 통해 "중국은 문을 활짝 열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고히 추진하며 외국인 투자를 위한 고품질 서비스 정책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상공계가 중국식 현대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중국의 고품질 발전이 가져올 거대한 기회를 공유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 투자를 언급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고정자산투자(1~10월)를 보면 전년 동기대비 2.9%로 올해 2월 5.5% 이후 8개월 한차례도 반등하지 못했다. 이마저도 국내 기업의 고정자산투자가 1년 전과 견줘 3.2% 증가하며 전체 지표의 하락을 막았다. 외국 기업은 0.9%에 그쳤고, 홍콩·마카오·대만 기업의 고정자산투자는 오히려 3.1% 감소했다. 또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1∼10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작년과 비교해 9.4% 줄었다. 중국은 1월부터 직전 달까지 누적 FDI 통계만 발표할 뿐 월간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시장 조사기관 윈드(Wind)가 자체 분석을 통해 지난 9월 한 달간 FDI가 34% 급감했다고 밝힌 점, 상무부의 공식 1~9월 FDI가 -8.4%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10월의 월간 FDI는 9월보다 감속 폭이 커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런데도 중국 상무부는 세부항목은 숨긴 채 "전반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 장기화 추세는 변하지 않는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일 정례 브리핑 때 관련 질문에 "모든 국가 상공업계 친구들이 중국에 계속 투자하고 중국에 진출하며 중국의 고품질 발전과 높은 수준의 개방이 가져온 새로운 기회를 공유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 투자 위험" 경고 글로벌 여론하지만 국제 여론은 대중국 투자를 놓고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직원들과 군인들의 퇴직금을 관리하는 TSP(Thrift Savings Plan)의 투자위원회는 최근 자체 대규모 국제주식 펀드가 중국과 홍콩을 제외한 글로벌 MSCI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이렇게 위험한 적은 없었다"며 중국과 미국 관계가 더 악화하고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올해 더 분명히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국제 투자자들은 중국 상하이·선전 거래소의 A주 투자 자금 중 240억달러(31조4000억원) 이상을 빼내 갔다. 이는 2014년 홍콩과의 연계를 통해 중국 본토의 A주 투자가 가능해진 이후 해외자금 순유출로는 최대 규모이자 가장 지속적인 흐름이다. 몇몇 주요 월스트리트 은행의 전략가들은 중국 주식을 매각한 헤지펀드와 액티브 펀드 대부분이 중국의 성장 전망과 미중 관계가 크게 개선되기 전에는 복귀할 가능성이 적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미국과 대만에서 각각 대통령 선거와 총통 선거가 있어 지정학적인 복잡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2일 보고서에서 매우 가혹한 시나리오 하에서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 1700억달러(222조원)어치를 더 팔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경제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우려로 중국 가계와 민영기업들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 한 달에 500억달러(약 64조7000억원)가량을 해외로 반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영국 BBC방송은 중국 국제수지 잠정치를 인용, FDI를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인 직접투자부채가 지난 3·4분기에 118억달러(약 1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수익을 중국 내 재투자하기보다는 중국에서 빼고 있다는 뜻이다. 방송은 "지난 1998년 해당 통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스위스 산업 장비 생산업체인 올리콘은 중국에서 지난해에만 2억7700만달러(약 3611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중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중국에 재투자하는 대신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외국으로 돌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풀이했다. ■中입맛대로 '당근책'이 문제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는 중국의 겉모습과는 별도로 감내해야 할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다는 점도 있다. 반간첩법(방첩법), 반독점법,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 제도, 데이터3법(사이버보안법·데이터보안법·개인정보보호법) 등은 외국 기업이 우려하는 대표적 중국의 법·제도로 꼽힌다. 이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캡비젼, 베인 앤 컴퍼니, 민츠그룹 등이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일부 관계자들은 체포됐다. 미국이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을 중국에 보냈을 때도 이 문제가 의제 중 하나로 설정됐다. 중국이 제시한 외국인 투자 유인책이 새로울 것이 없는 재탕·삼탕식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다는 문제도 있다. 중국 최고 행정부인 국무원이 올해 8월 발표한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과 외국인 투자 확대에 관한 의견 24개 조치'에서 내·외국인 동등한 보장의 경우 2017년 1월 공개된 '대외개방과 외자유치 확대 통지'에 먼저 들어가 있다. 또 2019~2020년 중국의 외국인투자 기본법인 '외상투자법'과 관련 조례에서도 외투 기업을 차별 대우해선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최소 7년 이상 같은 약속을 반복적으로 언급해왔지만, 중국조차도 아직 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상무부 외자사 웨이웨이 국제협력과장은 지난달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진출 한국기업 대상 무역투자정책 설명회'에서 "내·외자 기업이 동등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차별적 정책·제도에 대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피력했다. 외국 투자가 중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이 약속은 검색 가능한 2010년부터 중국이 수차례 외국 투자 당근책으로 제안했다. 당장 지난해 10월에도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등 6개 부처는 R&D센터 건립 지원으로 외국 투자 품질을 향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적격외국유한파트너(QFLP)의 국내 투자 시범 프로젝트를 구현하고 QFLP 외환 관리 촉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2021년 1월 무역·투자 편리화 개혁 차원에서 QFLP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는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식재산(IP) 보호 강화는 2019년 '외상투자법 시행조례'를 통해 지식재산 침해와 관련한 손해배상제도를 마련하고, 외국인의 지식 재산권 보호에 힘쓰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 추진 확대는 2020년 3월 공개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역내 이익 재투자에 대한 원천 소득세 한시적 면제는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중국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반간첩법은) 소극적 의무가 아니라 적극적·법적인 의무"라며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제도는 상무부가 앞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 한국 기업도 걸릴 수 있다. 데이터 3법은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2023-12-03 19:06:05[파이낸셜뉴스] 순환종양세포(CTC) 기반 액체생검 전문기업 싸이토젠이 주주가치 제고와 투자자 소통을 위한 기관 투자가 대상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15일 싸이토젠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열린 사업설명회 자리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을 타깃으로 하는 해외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싸이토젠은 미국에서 지난 2022년 인수한 클리아랩(CLIA LAB)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향후 미국국립보건원(NIH)과 뉴욕 대형 병원 네트워크인 '사이나이(Mount Sinai)', 뉴욕 정밀의료센터(CEPM) 등과 협력을 강화한다. 이 회사는미국 NIH와 CTC를 암치료 표준 진단기술로 개발하기 위해 암 조기 진단과 진행 경과를 모니터링한다. 그리고 개인화된 치료법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뉴욕 마운틴 사이나이는 연간 1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는 병원 네트워크로 다양한 사례의 연구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클리아랩은 미국 현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공인된 곳으로 임상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일본에서는 일본국립암센터(NCC)를 중심으로 복수의 제약사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싸이토젠은 지난해 '유전자 변이 분석 방법'에 대한 일본 특허를 확보해 현지 네트워크 강화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져 있다. 특히 현재 협력을 진행 중인 NCC는 1962년도에 설립된 일본에서 가장 큰 암 연구기관 중 하나다. 협력을 추진 중인 복수 제약사 중 하나는 시가총액 100조원에 육박하는 일본 증시 상장 제약사다. 유럽은 씨비메드(CBmed)를 거점으로 현지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 곳은 오스트리아 정부가 설립한 바이오마커 연구센터로 전 세계 4대륙에 걸쳐 50여개 이상의 협력 파트너를 가지고 있다. 싸이토젠의 CTC 액체생검 기술은 항암제 선정과 임상환자 스크리닝 등 환자의 예후 관찰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이사는 “당사 CTC 회수 기술은 DNA와 RNA 수준에서 암 세포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발암의 특징과 속성을 잘 분석할 수 있다”며 “액체생검 정밀 의료기술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TC는 혈액 속에서 발견되는 종양세포다. 종양이 혈관을 침투해 혈류로 들어가기 때문에 CTC는 암 전이의 지표로 사용되고 암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도 사용된다. CTC는 또 암 종양에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감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형 암 치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켓앤마켓과 IMARC그룹, 그랜드뷰 리서치 등에 따르면 CTC 시장은 예후관리와 치료 모니터링에 대한 수요 증가로 2027년 약 152억달러(20조3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싸이토젠은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이용한 CTC 검출 및 분석 기술도 상용화했다. 싸이토젠은 고밀도 미세다공(HDM) 칩 반도체 기술과 중력을 활용해 혈액속 미세세포인 CTC를 검출 및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편 전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초정밀가공 기술과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며 기계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2007년부터 3년 간 삼성전기에서 전략기획 고문으로 근무하면서 CTC 관련 해외 논문을 접한 후 2010년 싸이토젠을 설립했다. 전 대표는 CTC 액체생검 기술로 2019년 바이오 분야 역신성장 우수 연구자로 선정돼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3-05-15 13:44:29삼성전자가 올해 첫 증강현실(AR) 글래스 제품을 출시한다. 메타버스 시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R 글래스 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시장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올 하반기 스마트글래스를 선보일 예정인 애플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삼성전자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최근 사내에서 2022년 전략방향 설명회를 열고 AR 글래스를 사업화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DX부문 출범 첫 해를 맞아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발굴과 사업화 과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며 "이 중 AR 글래스 사업화가 포함됐다. 연내 첫 AR 글래스를 선보여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AR 글래스 시장 진출을 암시했는데 실제 사업부 단계에서도 제품화 추진이 확인된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 전시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메타버스 기기가 요즘의 화두"라며 "우리도 플랫폼 기기를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한 부회장은 메타버스 기기가 AR 글래스인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았다. 한 부회장은 이어 "제품간 경험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치를 주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앞으로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오큘러스 가상현실(VR)과 협력해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인 VR 헤드셋 '기어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2018년부터 신제품 출시를 중단한 상태다. 당시 스마트폰 삽입형 VR은 화질과 성능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안경처럼 생긴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하면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곧바로 사진으로 담거나 외국어 책을 읽으며 즉시 번역할 수 있고, 목적지를 향한 지도도 나타난다. AR 글래스는 한 부회장의 말처럼 고객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기인 셈이다. 삼성전자 외에도 메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관련 제품을 내놨고 애플, 구글, 샤오미,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스마트글래스 제품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VR 전문기업 '넥스트 VR'을 인수한 애플이 이르면 올 하반기 고글 형태의 스마트글래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확장현실(XR)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달러(9조3180억원)에서 2024년 1368억달러(161조5608억원)로 연평균 76.9% 성장할 전망이다. AR글라스의 전세계 출하대수는 같은기간 20만대에서 411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2-03-06 18:06:07[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첫 증강현실(AR) 글래스 제품을 출시한다. 메타버스 시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R 글래스 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시장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올 하반기 스마트글래스를 선보일 예정인 애플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삼성전자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최근 사내에서 2022년 전략방향 설명회를 열고 AR 글래스를 사업화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DX부문 출범 첫 해를 맞아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발굴과 사업화 과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며 "이 중 AR 글래스 사업화가 포함됐다. 연내 첫 AR 글래스를 선보여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AR 글래스 시장 진출을 암시했는데 실제 사업부 단계에서도 제품화 추진이 확인된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 전시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메타버스 기기가 요즘의 화두"라며 "우리도 플랫폼 기기를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한 부회장은 메타버스 기기가 AR 글래스인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았다. 한 부회장은 이어 "제품간 경험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치를 주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앞으로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오큘러스 가상현실(VR)과 협력해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인 VR 헤드셋 '기어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2018년부터 신제품 출시를 중단한 상태다. 당시 스마트폰 삽입형 VR은 화질과 성능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안경처럼 생긴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하면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곧바로 사진으로 담거나 외국어 책을 읽으며 즉시 번역할 수 있고, 목적지를 향한 지도도 나타난다. AR 글래스는 한 부회장의 말처럼 고객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기인 셈이다. 삼성전자 외에도 메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관련 제품을 내놨고 애플, 구글, 샤오미,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스마트글래스 제품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VR 전문기업 '넥스트 VR'을 인수한 애플이 이르면 올 하반기 고글 형태의 스마트글래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확장현실(XR)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달러(9조3180억원)에서 2024년 1368억달러(161조5608억원)로 연평균 76.9% 성장할 전망이다. AR글라스의 전세계 출하대수는 같은기간 20만대에서 411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2-03-06 14:54:45【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전기차 모터 핵심소재 기업인 성림첨단산업이 대구로 돌아온다. 성림첨단산업은 지난 1994년 설립 이후 2012년 대구스타기업,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100으로 선정되는 등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대구시는 21일 대구 엑스코로 엑스코에서 성림첨단산업과 국내복귀 투자협약(MOU)을 체결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MOU는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총 380억원을 투자, 전기차 구동모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고내열성 영구자석 제조공장을 건립하는 내용이다. 내년 양산으로 목표한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모터, 군사용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핵심전략자원으로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성림첨단산업 역시 원재료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해 국내·외 사업장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정책에 대비해 공급원 다변화와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 자립화를 위해 국내 증설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공군승 성림첨단산업 대표는 "약 30년 동안 영구자석 기술개발에 한 우물을 판 결과가 이제 나타나는 것 같다"며 "테크노폴리스 투자에 만전을 기해 지역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해용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성림첨단산업의 국내복귀 및 투자 이행에 필요한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며 "신산업 육성정책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성림첨단산업 역시 전기자동차 구동모터의 핵심 소재·부품기업으로 대구 '5+1' 신산업 중 한 축인 미래형자동차 산업에 큰 힘이 될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해 6월 코트라(KOTRA), 대구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전국 최초로 '국내복귀기업 지원정책 홍보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지난 8월 제1호 국내복귀기업인 고려전선의 복귀를 이끌어냈다. 성림첨단산업을 제2호 국내복귀기업이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1-10-20 11:37:15【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만화업계에 흑선(구로후네)이 출현한 것인가." "한국식 웹툰의 세로 스크롤 방식이 디지털 만화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지 모른다." 1853년 미국 매튜 페리 제독의 개항 요구는 일본이 서구 사회의 질서에 눈을 뜨게 된 상징적 사건이다. 페리 제독이 끌고 온 증기선 '흑선'은 일본에는 일반적으로, 충격적이며 참신한 외부 자극을 일컬을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곤 한다. 일본 만화업계에서는 카카오 재팬의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와 한 발 먼저 뛰어든 네이버 라인의 '라인 망가'가 상호 경쟁 관계를 형성하며,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쥐자 '흑선 출몰'의 충격에 빗대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일본 디지털 만화 앱(플랫폼)시장의 1위는 카카오 재팬의 픽코마다. 픽코마는 서비스 개시 4년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일본 전체 디지털 만화 플랫폼 업계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한데 이어 9월 현재 일본 시장 점유율 6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7월엔 게임을 제외한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 매출액(앱 애니 집계)에서 1위 틱톡, 2위 디즈니 플러스, 3위 유튜브 등에 이어 5위에 올라탔다. 누적 앱 다운로드는 3000만회에 육박하며, 일일 이용자만 최고 450만명에 이르렀다. 하루에 서울 인구(약 960만명)의 절반, 도쿄 인구(1400만명)의 3분의 1이 픽코마에 접속해 웹툰(스마툰)을 비롯한 디지털 만화 콘텐츠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는 그다지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조용하지만 상상 이상의 폭발적 진격이었다. '만화 왕국' 일본에서 케이(K)-플랫폼이 이룬 화려한 숫자, 그 이면에 있을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일본의 만화 유저들을 매혹한 '흑선' 픽코마의 가려졌던 5년여간의 시간을 복기하기 위해 지난 10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에 있는 카카오 재팬을 찾았다. ■레드오션에서 거둔 J커브 이날의 문지기는 카카오에선 일명 제이(Jay)로 불리는 김재용 카카오 재팬 대표 겸 사장(45)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 이후 직원들은 거의 전원 재택근무 중이라 약속 시간 즈음, 보안이 걸린 문을 열어줄 요량으로 사장이 입구 주위를 어슬렁거렸던 모양이다. 입구 우측벽 하얀 벽돌 사이로 노란 벽돌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브라이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영어 이름 서명이었다. "김 의장이 갖고 있는 글로벌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자 노란 벽돌에 그의 이름을 새겼다"고 했다. 벽돌 한 장에 담긴 의미를 시작으로, 김 대표는 이야기의 시작점을 열었다. 김재용 대표가 2015년 초 카카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을 당시, 이미 도쿄의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일본에서 철수할 지 모른다는 풍문이 파다했다. "언제고 문닫을 지 모른다"는 주위의 수근거림을 뒤로, 합류 결정을 내리고 와서 보니 직원은 고작 16명(현재 약 145명)에 불과했고, 개발자들은 상당수 이탈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범수 의장의 주문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었고, 김재용 대표는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일본 디지털 만화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냐"고 반문해봤다. 6년 전 당시 일본 내 만화 앱, 만화 웹 업체는 100곳이 넘었다. 김 대표는 "종이 만화가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 만화 시장에서 디지털 시장의 성장성이 충분이 있다고 봤으며, 100개 서비스 업체들 가운데 독보적 1등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부딪친 현실은 냉랭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진출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픽코마 서비스 개시 한 달이 지난 2016년 5월, 애플의 앱시장에선 거래액 200엔(약 2100원), 구글에서는 0엔, 동시접속자 13명, 실적은 말할 수 없이 참담했다. "우선 하루 열람자 1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해 7월 기적같이 1만명을 달성했고, 2주 뒤 2만명으로 올라타더니 10만, 90만, 200만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이용자 평균 하루 356만명, 올해 최고 일간 약 450만명까지 기록했다. 실적도 함께 비례해 올라가면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제이(J)커브 곡선을 그렸고, 직원들은 김재용 사장의 영어 이름 제이(Jay)를 딴 '제이 커브'라고들 불렀다. ■ 후발주자, 대역전극 비법은 셋 101번째 후발 주자가 1등을 한 대역전극 궁극의 비법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온라인 사용자들의 특성을 간파한 거래 규칙 변경 △작품에 대한 고집 △구성원들의 절실함이다. 픽코마 서비스는 크게 △만화 △웹툰으로 불리는 스마툰 △소설 등 3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일본 웹툰 시장'이라고들 부르고 있으나, 엄밀하게는 틀린 표현이다. 웹툰은 웹과 스마트폰에서 보도록 처음부터 디지털로 제작한 세로 스크롤의 컬러 만화 작품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기존 만화책을 스캔해 스마트폰, 웹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게 구현한 것들은 '디지털 코믹'으로 불린다. 태생이 디지털이냐, 종이냐에 따라 불리는 명칭이 다른 것인데, 이 두 유형을 묶어서 부를 만한 용어가 아직 정립된 것은 아니나 '디지털 만화'정도로 부를 수 있다. 픽코마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작품수 기준으로는 99%가 종이 만화를 디지털화한 디지털 코믹이며, 1%가 웹툰이다. 흥미롭게도 매출은 '50대 50대', 1%의 웹툰이 거래액 절반을 짊어진 구조다. 사업 초기엔 당연히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의 주류인 일본 디지털 코믹 확보가 우선이었는데, 거래 방식은 권당 결제였다. 그런데 김 대표가 이 룰을 바꿔보자 제안한 것이다. 만화 1권을 '1화(話), 2화(話),3화(話)...'로 쪼개어 팔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다. 만화광들이 아닌 이상,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도 모르는 만화에 1권씩 결제를 하고, 집중력을 발휘하기란 어렵다. 김 대표는 "분 단위로 움직이는 유튜브, 게임, 스마트폰 유저들을 웹툰 등 만화 시장으로 불어들이기 위해선 부담없는 접근이 필요하다고"고 설명했다. 스낵을 먹듯, 가볍게 즐기는 '스낵 컬쳐'가 온라인 시장의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란 점을 간파한 것이다. 보수적인 일본 만화 출판사들은 화(話)별 판매 방식에 정색했다. 설득은 쉽지 않았다. 1화를 보고 23시간이 지나면 2화 무료 보기권이 생기는 '기다리면 0엔' 이란 마케팅 전략도 출판사들로선 초기엔 냉랭했다. "이용자들이 무료 서비스에 길들여져 끝끝내 유료 결제를 안하면 어떻게 하느냐"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인 그가 "10번, 100번 방문한다는 각오로 직접 찾아다녔다"고 한다. 실제 스무번 넘게 방문한 곳들이 수두룩하다. 그 결과 200여개가 넘는 만화 출판사들이 픽코마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5년여, 화별 판매는 현재 일본 대부분의 만화앱에서 차용하고 있으며, 일본 출판업계 최대 큰 손인 아마존 재팬까지도 킨들 서비스에서 화별 판매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픽코마가 일본 디지털 만화 유통의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다른 하나의 중심은 '작품에 대한 존중'이다. 김 대표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작품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만화 그 자체로 승부수를 걸고 싶었다"고 했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고, 광고가 가장 쉬운 돈벌이 수단이라는 플랫폼 사업의 광고 비즈니스 유혹을 끊은 것이다. 픽코마는 원칙적으로 광고가 없는 앱 서비스다. 김 대표는 이 점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좋은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선 여전히 일본 전체 만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종이 만화업계와 교감도 필수적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엔 극장 상영관 하나를 빌려, 사업 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만화산업이 공존하도록 하겠다." 현장은 일본 만화업계 종사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지막 비법은 그와 카카오 재팬 멤버들의 절실함이었다고 했다. 2020년 4월 24일 '오전 6시24분', 다음 날인 4월 25일 '오전 2시28분.' 김재용 대표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픽코마 관련 수치를 직접 관리하는 문서에 기록된 마지막 작업시간들이다. 이 기록으로 그가 말한 절실함은 긴 설명이 필요없을 듯 했다. ■ 일본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일본 만화잡지의 최전성기로 일컬어지는 1995년, 당시 75세의 전직 총리 미야자와 기이치(1919~2007년)의 칼럼이 청년 주간 만화잡지 '스피리츠'에 연재됐다. '21세기의 위임장'이란 단행본으로 나왔던 칼럼들은 소선거구 문제, 환율, 전후 일본 정치 등을 기술한 것이었다. 전직 총리가 시사 주간지가 아닌 만화 주간지를 택했던 것은 당시만 해도 이 잡지의 연간 발행부수가 무려 150만부였고, 대부분의 독자가 2030세대 청년 유권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미야자와 전 총리의 칼럼을 읽었을 독자들은 지금은 일본의 4050대 중장년층을 형성하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80세가 넘은 지금도 유명한 만화광이다. 한 때 주춤한 듯 보였던 일본의 만화 산업은 최근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만화 콘텐츠 왕국으로 자존심을 재확인했다. 소니, 덴쓰 등은 앞다퉈 만화 콘텐츠 사업을 들고,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연 6126억엔(약 6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일본 만화 시장(단행본·만화잡지·디지털 만화)이 그리 간단한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K-플랫폼의 돌진은 그런 점에서 분명 주목할 부분이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카카오 재팬이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600억엔(약 6400억원)의 투자를 받았을 당시, 카카오재팬의 시장가치를 8000억엔(약 8조5000억원)정도로 추산했다. 일본 디지털 만화 산업의 성장 가능성, 내년 글로벌 증시 상장 추진, 디지털 만화 시장의 '넷플릭스'를 꿈꾸는 픽코마의 다음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거래액 1000억원, 2020년 3000억원을 돌파한 올해 카카오 재팬의 목표는 거래액 1조원이다. 김 대표는 "쉽지 않지만 도전해 볼만 하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달려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1-09-12 23:42:55【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일본 만화업계에 흑선(구로후네)이 출현한 것인가." "한국식 웹툰의 세로 스크롤 방식이 디지털 만화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지 모른다." 1853년 미국 매튜 페리 제독의 개항 요구는 일본이 서구 사회의 질서에 눈을 뜨게 된 상징적 사건이다. 페리 제독이 끌고 온 증기선 '흑선'은 일본에는 일반적으로, 충격적이며 참신한 외부 자극을 일컬을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곤 한다. 일본 만화업계에서는 카카오 재팬의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와 한 발 먼저 뛰어든 네이버 라인의 '라인 망가'가 상호 경쟁 관계를 형성하며,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쥐자 '흑선 출몰'의 충격에 빗대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일본 디지털 만화 앱(플랫폼)시장의 1위는 카카오 재팬의 픽코마다. 픽코마는 서비스 개시 4년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일본 전체 디지털 만화 플랫폼 업계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한데 이어 9월 현재 일본 시장 점유율 6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7월엔 게임을 제외한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 매출액(앱 애니 집계)에서 1위 틱톡, 2위 디즈니 플러스, 3위 유튜브 등에 이어 5위에 올라탔다. 누적 앱 다운로드는 3000만회에 육박하며, 일일 이용자만 최고 450만명에 이르렀다. 하루에 서울 인구(약 960만명)의 절반, 도쿄 인구(1400만명)의 3분의 1이 픽코마에 접속해 웹툰(스마툰)을 비롯한 디지털 만화 콘텐츠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는 그다지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조용하지만 상상 이상의 폭발적 진격이었다. '만화 왕국' 일본에서 케이(K)-플랫폼이 이룬 화려한 숫자, 그 이면에 있을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일본의 만화 유저들을 매혹한 '흑선' 픽코마의 가려졌던 5년여간의 시간을 복기하기 위해 지난 10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에 있는 카카오 재팬을 찾았다. ■레드오션에서 거둔 J커브 이날의 문지기는 카카오에선 일명 제이(Jay)로 불리는 김재용 카카오 재팬 대표 겸 사장(45)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 이후 직원들은 거의 전원 재택근무 중이라 약속 시간 즈음, 보안이 걸린 문을 열어줄 요량으로 사장이 입구 주위를 어슬렁거렸던 모양이다. 입구 우측벽 하얀 벽돌 사이로 노란 벽돌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브라이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영어 이름 서명이었다. "김 의장이 갖고 있는 글로벌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자 노란 벽돌에 그의 이름을 새겼다"고 했다. 벽돌 한 장에 담긴 의미를 시작으로, 김 대표는 이야기의 시작점을 열었다. 김재용 대표가 2015년 초 카카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을 당시, 이미 도쿄의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일본에서 철수할 지 모른다는 풍문이 파다했다. "언제고 문닫을 지 모른다"는 주위의 수근거림을 뒤로, 합류 결정을 내리고 와서 보니 직원은 고작 16명(현재 약 145명)에 불과했고, 개발자들은 상당수 이탈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범수 의장의 주문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었고, 김재용 대표는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일본 디지털 만화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냐"고 반문해봤다. 6년 전 당시 일본 내 만화 앱, 만화 웹 업체는 100곳이 넘었다. 김 대표는 "종이 만화가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 만화 시장에서 디지털 시장의 성장성이 충분이 있다고 봤으며, 100개 서비스 업체들 가운데 독보적 1등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부딪친 현실은 냉랭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진출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픽코마 서비스 개시 한 달이 지난 2016년 5월, 애플의 앱시장에선 거래액 200엔(약 2100원), 구글에서는 0엔, 동시접속자 13명, 실적은 말할 수 없이 참담했다. "우선 하루 열람자 1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해 7월 기적같이 1만명을 달성했고, 2주 뒤 2만명으로 올라타더니 10만, 90만, 200만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이용자 평균 하루 356만명, 올해 최고 일간 약 450만명까지 기록했다. 실적도 함께 비례해 올라가면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제이(J)커브 곡선을 그렸고, 직원들은 김재용 사장의 영어 이름 제이(Jay)를 딴 '제이 커브'라고들 불렀다. ■후발주자, 대역전극 비법은 셋 101번째 후발 주자가 1등을 한 대역전극 궁극의 비법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온라인 사용자들의 특성을 간파한 거래 규칙 변경 △작품에 대한 고집 △구성원들의 절실함이다. 픽코마 서비스는 크게 △만화 △웹툰으로 불리는 스마툰 △소설 등 3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일본 웹툰 시장'이라고들 부르고 있으나, 엄밀하게는 틀린 표현이다. 웹툰은 웹과 스마트폰에서 보도록 처음부터 디지털로 제작한 세로 스크롤의 컬러 만화 작품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기존 만화책을 스캔해 스마트폰, 웹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게 구현한 것들은 '디지털 코믹'으로 불린다. 태생이 디지털이냐, 종이냐에 따라 불리는 명칭이 다른 것인데, 이 두 유형을 묶어서 부를 만한 용어가 아직 정립된 것은 아니나 '디지털 만화'정도로 부를 수 있다. 픽코마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작품수 기준으로는 99%가 종이 만화를 디지털화한 디지털 코믹이며, 1%가 웹툰이다. 흥미롭게도 매출은 '50대 50대', 1%의 웹툰이 거래액 절반을 짊어진 구조다. 사업 초기엔 당연히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의 주류인 일본 디지털 코믹 확보가 우선이었는데, 거래 방식은 권당 결제였다. 그런데 김 대표가 이 룰을 바꿔보자 제안한 것이다. 만화 1권을 '1화(話), 2화(話),3화(話)...'로 쪼개어 팔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다. 만화광들이 아닌 이상,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도 모르는 만화에 1권씩 결제를 하고, 집중력을 발휘하기란 어렵다. 김 대표는 "분 단위로 움직이는 유튜브, 게임, 스마트폰 유저들을 웹툰 등 만화 시장으로 불어들이기 위해선 부담없는 접근이 필요하다고"고 설명했다. 스낵을 먹듯, 가볍게 즐기는 '스낵 컬쳐'가 온라인 시장의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란 점을 간파한 것이다. 보수적인 일본 만화 출판사들은 화(話)별 판매 방식에 정색했다. 설득은 쉽지 않았다. 1화를 보고 23시간이 지나면 2화 무료 보기권이 생기는 '기다리면 0엔' 이란 마케팅 전략도 출판사들로선 초기엔 냉랭했다. "이용자들이 무료 서비스에 길들여져 끝끝내 유료 결제를 안하면 어떻게 하느냐"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인 그가 "10번, 100번 방문한다는 각오로 직접 찾아다녔다"고 한다. 실제 스무번 넘게 방문한 곳들이 수두룩하다. 그 결과 200여개가 넘는 만화 출판사들이 픽코마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5년여, 화별 판매는 현재 일본 대부분의 만화앱에서 차용하고 있으며, 일본 출판업계 최대 큰 손인 아마존 재팬까지도 킨들 서비스에서 화별 판매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픽코마가 일본 디지털 만화 유통의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다른 하나의 중심은 '작품에 대한 존중'이다. 김 대표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작품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만화 그 자체로 승부수를 걸고 싶었다"고 했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고, 광고가 가장 쉬운 돈벌이 수단이라는 플랫폼 사업의 광고 비즈니스 유혹을 끊은 것이다. 픽코마는 원칙적으로 광고가 없는 앱 서비스다. 김 대표는 이 점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좋은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선 여전히 일본 전체 만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종이 만화업계와 교감도 필수적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엔 극장 상영관 하나를 빌려, 사업 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만화산업이 공존하도록 하겠다." 현장은 일본 만화업계 종사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지막 비법은 그와 카카오 재팬 멤버들의 절실함이었다고 했다. 2020년 4월 24일 '오전 6시24분', 다음 날인 4월 25일 '오전 2시28분.' 김재용 대표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픽코마 관련 수치를 직접 관리하는 문서에 기록된 마지막 작업시간들이다. 이 기록으로 그가 말한 절실함은 긴 설명이 필요없을 듯 했다. ■일본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일본 만화잡지의 최전성기로 일컬어지는 1995년, 당시 75세의 전직 총리 미야자와 기이치(1919~2007년)의 칼럼이 청년 주간 만화잡지 '스피리츠'에 연재됐다. '21세기의 위임장'이란 단행본으로 나왔던 칼럼들은 소선거구 문제, 환율, 전후 일본 정치 등을 기술한 것이었다. 전직 총리가 시사 주간지가 아닌 만화 주간지를 택했던 것은 당시만 해도 이 잡지의 연간 발행부수가 무려 150만부였고, 대부분의 독자가 2030세대 청년 유권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미야자와 전 총리의 칼럼을 읽었을 독자들은 지금은 일본의 4050대 중장년층을 형성하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80세가 넘은 지금도 유명한 만화광이다. 한 때 주춤한 듯 보였던 일본의 만화 산업은 최근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만화 콘텐츠 왕국으로 자존심을 재확인했다. 소니, 덴쓰 등은 앞다퉈 만화 콘텐츠 사업을 들고,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연 6126억엔(약 6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일본 만화 시장(단행본·만화잡지·디지털 만화)이 그리 간단한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K-플랫폼의 돌진은 그런 점에서 분명 주목할 부분이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카카오 재팬이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600억엔(약 6400억원)의 투자를 받았을 당시, 카카오재팬의 시장가치를 8000억엔(약 8조5000억원)정도로 추산했다. 일본 디지털 만화 산업의 성장 가능성, 내년 글로벌 증시 상장 추진, 디지털 만화 시장의 '넷플릭스'를 꿈꾸는 픽코마의 다음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거래액 1000억원, 2020년 3000억원을 돌파한 올해 카카오 재팬의 목표는 거래액 1조원이다. 김 대표는 "쉽지 않지만 도전해 볼만 하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달려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1-09-12 18:05:24【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소니(SONY)란 무엇인가. 기술을 바탕으로한 크리에이티브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지난 5월 26일, 온라인으로 열린 '소니그룹'의 경영방침설명회. 향후 3년간 소니의 중기계획(2021~2024년)이 발표되는 자리였다. 재무통 출신으로 취임 당시만 해도 '가장 소니답지 않은 지루한 경영자'로 불렸던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사장 겸 회장(2019년 취임)의 발언 하나하나에 시장 관계자, 거래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창사 이래 사상 첫 1조엔(약 10조원) 순이익 달성으로, 명실상부 '소니의 부활'을 완수한 그였기에 중기 실적 목표에 대한 기대치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었다. 이날 그의 입에서 나온 숫자는 "게임 등을 중심으로 현재 1억6000만 명인 고객기반을 10억 명으로 확대하겠다"였다. '10억 명'을 견줄 수 있는 글로벌 서비스로는 유료 회원 2억여명인 미국의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정도다. 한 마디로 '넷플릭스 5개'를 합친 것과 같은 고객 기반을 거느리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요시다 회장이 게임,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축으로 사실상 제2 창업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창업(1946년)이래 전자사업을 기업의 정체성으로 삼았던 소니의 간판사업이 이제는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이다. 그룹의 성장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필두로,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한국에서조차 흥행돌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4차 산업의 '눈'인 이미지 센서, 전기차 '비전 S'까지 라인업 돼 있다. 1980년대 워크맨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소니'가 된 것이다. 고도성장기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었으나 삼성전자에 밀리고, 애플에 밀린 소니, '부활을 완수'하기까지 지난 10년간 소니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히라이·요시다 '브로맨스 경영' 소니그룹의 수익 50~60%는 게임 및 네크워크 서비스, 음악, 영화다. 전자산업은 이제 20%정도다. 1990년대 전체 수익의 80%, 2000년대 69%를 차지했던 전자산업과 엔터테인먼트가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10년에 걸친 '구조개혁'의 결과물이었다. 인터넷 시대로 가야 한다고 봤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의 방향설정, 이후 히라이 가즈오회장(2012년~2019년), 요시다 겐이치로 회장(2019년~현재), 두 사람의 '이인삼각 경기'의 산물이었다. 특히, 마케팅 분야 출신으로 오랜 미국생활 경험 덕에 세계시장 흐름에 감각이 있었던 히라이와 치밀한 재무통 전략가 요시다의 조합이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였다. 소니가 몰락의 기로에 선 2012년 사장 겸 회장에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는 전자왕국 소니에서도 비주류인 소니뮤직, 소니게임 출신이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소니 경영진들은 밑에서 올리는 아이디어를 채택할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 취임 직후엔 주가가 32년 만에 1000엔 밑으로 떨어졌으며, '소니다움'이란 상품도 94년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 외에는 없었다. 취임 3년 차에는 소니 창사 이래 사상 첫 무배당을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상태였다. 히라이가 2013년 9월 계열사 소넷(인터넷 접속서비스 기업)사장이었던 요시다 겐이치로를 불러들였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전부 맡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요시다는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의 '애제자'이자 그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인물로 소니의 대표적 재무통이었다. 히라이 회장이 자신보다 1살 위인 요시다를 눈여겨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룹의 비핵심 계열사 사장인 그는 한 달에 한 번 히라이 회장 앞에서 보고 할 때마다 불편할 정도로 냉정하게 소니의 현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고 한다. 쇠락기 소니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의욕적으로 말하려 들지 않았다. "이견이 필요하다"(히라이), "솔직하게 말하겠다"(요시다) 이 두 사람은 그렇게 의기투합했다. 소니그룹의 심장부로 일컬어지는 도쿄 시나가와 '본사 20층'에 복귀한 요시다는 "소니를 바꿀 수 있다. 소니는 변할 것이다"고 선언하며, 2013년 3월 1차 구조개혁의 3개년 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칼질의 대상은 주로 7년간 누적적자가 1조엔 이상이었던 전자사업이었다. 인원 약 1만명 감축, 비핵심 자산 매각, 노트북 등 PC사업 철수, TV사업 및 영상 음악 사업 분사화 등이 단행됐다. "방향성을 세우면, 인사를 하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진다." 요시다의 기본 방침은 매우 단순명료했다. 두 사람은 소니 구조개혁에 대해 입버릇처럼 "질질 끌지 않겠다"고 했다. 단호함은 속도감을 배가시켰다. 요시다는 경영진들에게 주문했다. "차세대에는 보다 나은 소니를 물려주자." 좋은 시절 소니에 들어와서, 혜택을 입었다면 어려운 시기 책임감을 갖고 구조개혁에 동참해 달라는 내부를 향한 메시지였다. 히라이는 구조개혁과 동시에 회장 직속으로 신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2014년 소니 본사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신규사업 오디션을 열었다. 창업정신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채택되면 제안자가 책임지고 상품화하도록, 회사가 인재, 자금, 경영노하우 등을 측면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당초 300명 정도로 예상했던 참석자는 예상을 뛰어넘어 1200명이 모였고, 신규 아이디어는 200건이 접수됐다. 소니 조직에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였다. 히라이는 그러면서도 이미지 센서 사업, 플레이스테이션, 영화, 음악, 게임 등에는 거액의 투자를 집중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소니 전략의 주요 요소이자 성장의 핵심 엔진이다." 히라이의 선언에 "TV는 곧 소니의 정체성"이라고 여긴 소니의 원로들이 그의 면전에 놓고, 퇴진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히라이표' 구조개혁, 선택과 집중 전략은 계속됐다. 히라이와 요시다는 각 사업을 3가지로 나뉘었다. 적극적 투자 영역인 △성장견인 영역(디바이스, 게임 및 네트워크, 영화, 음악), 대규모 투자대신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안정적 수익 영역(디지털 카메라, 방송기기, 비디오, 사운드), △리크스 관리 영역(TV, 모바일 등)이다. 소니의 전통 사업이라 할지라도 수익을 못 내면 칼같이 정리했다. ■요시다…'GAFA이상의 것을 꿈꾸나' 요시다는 2018년 사장 취임에 이어 2019년 회장직에 오르며 히라이에게 바통을 넘겨받았다. "가장 소니답지 않는 지루한 인사"라는 악평이 붙었으나, 불과 2년 만에 소니부활극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게임 산업이 날개를 달았다. 게임산업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1000억엔 이상 증가하며, 전체 영업이익에서 35%로 비중이 증가했다. 음악과 금융도 그룹의 안정적 기반이 됐다. 금융·음악 부문도 각각 1000억엔 이상의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종 순이익 1조엔 달성은 10년간 쌓아올린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소니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존재의 목적에 대해 스스로에게 화두를 던졌다. 소니의 정체성, 전자와 엔터테인먼트라는 이질적 두 산업 간 논리적 고리 구축, 향후 나아가야 할 사업방향에 대한 고민이었다. 상호 이질적인 '전자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융합'은 과거 이데이 전 회장 시절부터 과제로 여겨온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니에 전자산업을 정리하라고 압박을 가했던 일도 있었다. 요시다 회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크리에이티브 엔터테인먼트'로 정체성을 다듬어 가면서, 그룹의 중심을 콘텐츠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니는 2024년 3월까지의 3년간의 중기 계획상, 2조엔 이상을 게임 등 전략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요시다 회장의 '10억명의 고객 기반'을 놓고, 시장에서는 미국의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아마존)처럼 거대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으나, 요시다는 반드시 꼭 플랫폼 시장에 진출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게임과 영화, 음악 사업을 모두 가진 업체로서, 컨텐츠 분야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1-07-04 17:43:35